서론

이용약관에 동의하고 싶어는 일본에서 개발된 인디 게임으로, 2025년 12월 스팀에 출시되어 국내외 스트리머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 게임은 겉보기엔 단순하다. 사용자는 단지 12개 조항의 이용약관에 ‘동의함’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100가지 이상의 미니게임이 무작위로 등장하며, 각 게임은 사용자를 온갖 방법으로 방해한다. 버튼은 클릭 직전 위치를 바꾸고, 가짜 팝업이 화면을 가득 채우며, ‘동의안함’을 한 번이라도 누르면 모든 것이 초기화된다.

이 게임이 특별한 이유는 Windows XP의 루나 테마 UI를 완벽하게 재현하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크 패턴들을 극단적으로 풍자한다는 점이다. 실제 서비스에서 기업들은 이용자가 약관을 빨리 넘어가길 바라며 정보 구조를 설계한다. 이 게임은 그 반대 상황을 만들어, UX가 얼마나 ‘디자인된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사용자 경험 디자인의 교과서라 불리는 존 야블론스키의 ‘UX/UI의 10가지 심리학 법칙’을 실제로 하나하나 짚어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게임처럼 극단화된 사례를 통해 살펴보면, 각 법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 살필 수 있다.

사용자 경험 디자인의 교과서와 같은 존 야블론스키의 ‘UX/UI의 10가지 심리학 법칙’을 실무에서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용약관에 동의하고 싶어’라는 게임은 이 모든 법칙들을 극단화된 사례로 보여주며,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생생한 교육 자료가 된다. 이 게임을 UX와 연관지은 이유는 명확하다. 정보 구조를 설계할 때 기업 차원에서 이용약관은 유저가 빨리 넘어가기를 바라며 설계한다. 클릭 한 번으로 스크롤 없이 ‘동의’를 누르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이 게임은 그 반대다. ‘동의’라는 단순한 행위가 수 시간의 고난이 된다.

이 게임은 UX가 얼마나 ‘디자인된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사용자가 흔히 지나치기 쉬운 인터페이스와 선택 구조 속에는 윤리적 함정이 숨어있다. 큰 ‘동의’ 버튼과 작은 ‘거부’ 버튼, 숨겨진 구독 취소 링크, 복잡한 설정 메뉴는 모두 사용자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한다. 이 게임은 그런 다크 패턴들을 100배 증폭시켜,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자주 조작당하는지 깨닫게 한다. 게임을 하며 느끼는 분노와 좌절은, 실제 서비스에서 우리가 느끼는 그것과 본질적으로 같다. 단지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이 글에서는 각각의 원칙이 무엇인지 간단히 소개하고, 게임 속 (킹받는) 화면들을 살펴보며 어떤 원칙은 기술적으로 준수했고, 어떤 원칙은 의도적으로 풍자했는지 짚어보려 한다. 파레토 법칙부터 폐쇄성 법칙까지, 10가지 심리학 법칙이 어떻게 사용자를 돕는 도구에서 고문하는 무기로 변할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보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좋은 UX란 무엇인지 역설적으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본문

파리토 법칙 (Pareto Princi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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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결과의 80%는 20%의 핵심 요소에서 비롯된다. UX 디자인에서 이는 사용자가 전체 기능 중 일부 핵심 기능만 자주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그마에서 ‘Select’, ‘Frame’, ‘Text’ 같은 핵심 도구를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하는 것이 좋은 예다.

게임 초반, 플레이어는 ‘이용약관’이라는 제목의 창을 마주한다. 화면에는 제1조부터 제12조까지 12개의 약관 항목이 나열되어 있고, ‘모든 이용약관에 동의하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표시된다. 우측에는 ‘확인하기’ 버튼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이 게임에서 파레토 법칙의 풍자는 ‘약관 동의’라는 형식 안에 숨어있다. 현실에서 이용약관은 법적 요건일 뿐, 사용자가 실제로 원하는 핵심 기능(서비스 이용)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 형식적 절차를 마치 핵심인 것처럼 사용자 앞에 놓는다.

이 게임은 그 아이러니를 극대화한다. 약관 동의라는 ‘형식’이 게임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사용자가 정말 플레이하고 싶은 ‘두근두근 액션 게임’은 뒤로 밀려나고, 원래는 5초면 끝날 약관 동의가 수 시간짜리 고난의 여정이 된다. 이는 현실의 UX에서 부차적인 것(약관, 뉴스레터 구독, 추천 알고리즘을 위한 설문 등)이 과도하게 강조되어 핵심 경험을 방해하는 상황을 풍자한다. 실제 서비스에서 회원가입을 위해 이메일 인증, 휴대폰 인증, 본인 확인, 다섯 페이지짜리 약관 동의, 프로필 사진 업로드, 관심사 10개 선택 등 수십 단계를 거쳐야 한다면, 그것은 핵심(서비스 이용)보다 부차적 절차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만드는 것이다. 파레토 법칙은 사용자가 80%의 시간을 20%의 핵심 기능에 쓸 수 있게 하라고 말하지만, 잘못된 UX는 그 반대를 강요한다.

피츠 법칙 (Fitts’s 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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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물까지의 거리가 짧고 크기가 클수록 클릭 속도가 빠르다. iOS가 하단 탭 메뉴를 엄지손가락이 닿기 쉬운 곳에 크게 배치하는 것이 이 법칙을 따른 좋은 예다.

제6조 화면은 피츠의 법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화면 우측 상단에 ‘동의한다’ 버튼이 달린 작은 자동차가 있고, 플레이어는 ‘Shot’ 버튼으로 공을 쏴서 이 버튼을 맞춰야 한다. 버튼은 움직이고, 각도를 계산해야 하며, 물리 법칙까지 고려해야 한다. 정지된 큰 버튼을 클릭하는 것도 아니고, 움직이는 작은 타겟을 맞춰야 하는 이 상황은 피츠의 법칙이 말하는 ‘접근성’과는 정반대다. 개인정보 취급에 대한 약관을 읽는 것도 아니고, 사용자는 물리 엔진을 이해하고 공의 궤적을 계산해야 한다.

변형들은 더욱 악랄하다. 제7조의 화살표 미로 게임이 대표적이다. 화면에는 수백 개의 방향 화살표(↑↓←→)가 빼곡히 채워져 있고, 우측 상단에 작은 열쇠 아이콘이 목표로 표시되어 있다. 사용자는 좌측 하단의 시작점(초록 동그라미)에서 출발해 화살표의 방향을 역으로 추적하며 열쇠까지의 경로를 찾아야 한다. 문제는 이 열쇠에 도달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인지적 거리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피츠의 법칙은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인지적 거리도 포함한다. 목표물(열쇠)은 시각적으로는 보이지만, 실제로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수십 개의 화살표를 역으로 따라가며 미로를 풀어야 한다. 게다가 화살표들은 크기가 작고 밀도가 높아, 하나하나를 정확히 인식하기 어렵다.

현실 세계에서도 이런 패턴은 존재한다. 쿠키 동의 팝업에서 ‘모두 거부’ 버튼은 작고 여러 단계의 메뉴 안에 숨겨져 있는 반면, ‘모두 수락’ 버튼은 크고 즉시 접근 가능한 곳에 배치된다. 구독 취소 버튼은 페이지 하단 작은 글씨로 숨겨져 있고, ‘고객센터 → 내 계정 → 구독 관리 → 취소’ 같은 복잡한 경로를 거쳐야만 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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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러의 법칙 (Miller’s 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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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단기 기억에 약 7±2개의 항목만 보유할 수 있다. 이는 메뉴 항목, 리스트, 필터 등을 군집화하여 인지 부담을 줄여야 함을 의미한다.

제8조 화면은 밀러의 법칙을 정면으로 공격한다. 좌측에는 ‘미확인, 조금 읽음, 제대로 읽음 … 조금 동의, 동의’ 등 총 8개의 진화 단계가 수직으로 나열되어 있다. 이는 수박게임의 진화 체계처럼 순서대로 상위 단계로 올라가는 구조다. 우측에는 이 8개 단계에 해당하는 블록들이 텍스트와 함께 다양한 크기와 색상으로 무작위로 쌓여있다. 블록마다 초록색에서 노란색, 주황색으로 변하는 그라데이션이 있어 진화 단계를 시각적으로 암시하지만, 실제로 어떤 블록이 어느 단계인지는 텍스트를 일일이 읽어야만 알 수 있다. 사용자는 좌측의 8단계 체계를 기억하면서, 동시에 우측의 10개 이상 블록들을 각각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지 매칭해야 한다. 이는 7±2개라는 단기 기억의 한계를 훨씬 초과하며, 두 영역 사이를 끊임없이 시선을 왔다갔다 하며 정보를 대조해야 하는 인지 부담까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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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크의 법칙 (Hick’s 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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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지가 많을수록 결정 시간은 증가한다. 구글 메인 화면이 단순한 이유도 여기 있다. 수많은 기능은 ‘앱 메뉴’ 버튼 안에 숨겨져 있어, 초기 화면에서는 핵심만 보여준다.

제2조의 두더지 게임은 히크의 법칙을 시간 압박과 결합시킨다. 화면에는 3x4 총 12개의 빈 칸이 그리드로 배치되어 있고, 그 중 무작위 위치에 ‘동의한다’ 버튼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좌측 하단 첫 번째 칸에 분홍색으로 살짝 보이는 것이 함정 버튼이고, 좌측 하단 세 번째 줄 첫 칸에 초록색 ‘동의한다’ 버튼이 있다. 문제는 게임이 진행되면서 같은 ‘동의한다’ 버튼이 여러 칸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는 12개의 빈 칸을 모두 주시하면서,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버튼들 중 어느 것이 진짜인지, 어느 것을 먼저 클릭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히크의 법칙은 정적인 선택지를 다루지만, 이 게임은 동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선택지를 추가하여 시간 압박까지 더한다. 여러 개의 ‘동의한다’가 동시에 나타나면, 사용자는 극도로 짧은 시간 내에 ‘어느 것을 클릭할까?‘를 결정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결정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실에서도 과도한 선택지는 사용자를 마비시킨다. 설정 화면의 수백 개 옵션, 쇼핑몰의 복잡한 필터는 모두 선택 피로를 유발한다. 하지만 이 게임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선택지를 시간 제한 안에 처리하도록 강요하여 히크의 법칙이 말하는 ‘결정 시간 증가’를 극한까지 압박한다.

야콥의 법칙 (Jakob’s 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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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익숙한 방식대로 작동하길 기대한다. UX에서 독창성보다 예상 가능성이 더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제3조 화면은 야콥의 법칙을 가장 교묘하게 배신한다. 결함(버그)에 대한 자세를 다루는 이 조항에서, 화면에는 단 하나의 버튼만 존재한다. 분홍색 ‘동의안함’ 버튼이다. 사용자는 당연히 ‘동의함’ 버튼도 어딘가 있을 거라 기대한다. 모든 대화상자에는 ‘예/아니오’, ‘확인/취소’, ‘동의함/동의안함’ 같은 쌍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 화면에는 ‘동의안함’만 있다. 클릭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정답은 아무 버튼도 누르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다. 버튼이 있으면 눌러야 한다는 학습된 행동 패턴을 완전히 무시한다.

게임 전체가 Windows XP 루나 테마를 사용하는 것도 같은 전략이다. 파란색 타이틀바, 둥근 모서리 버튼, 익숙한 폰트와 색상은 모두 우리가 2000년대에 경험했던 그 인터페이스다. 제2조의 변형 화면에서는 두 개의 버튼이 모두 ‘동의안함’인데, 하나는 초록색이다. 초록색은 긍정, 분홍색은 부정이라는 색상 코딩을 믿지만, 이 게임은 그 신뢰를 배신한다. 현실에서도 햄버거 메뉴처럼 생겼는데 다른 기능을 하거나, 파란 링크인데 클릭이 안 되는 경우가 사용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테슬러의 법칙 (Tesler’s 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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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스템에는 복잡성이 있으며, 누군가는 반드시 그것을 감당해야 한다. 좋은 UX는 사용자에게 너무 많은 결정을 강요하지 않고, 합리적인 기본값을 제공한다.

제7조의 미로 게임은 테슬러의 법칙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화면은 수많은 화살표(↑↓←→)로 가득 차 있고, 사용자는 시작점(초록 동그라미)에서 열쇠(목표)까지의 경로를 찾아야 한다. 시스템은 ‘경로를 따라가세요’라고만 말할 뿐, 어떤 화살표가 올바른 경로인지, 몇 번 꺾어야 하는지, 어떤 순서로 따라가야 하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사용자는 각 화살표를 일일이 추적하며 경로를 역산해야 한다.

컨텐츠의 일부로 설계된 복잡함이라 사용자에게 개발자의 복잡성을 전가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기본값 없이 모든 설정을 사용자에게 강요하는 소프트웨어, 자동완성 없는 주소 입력 폼, 과도한 비밀번호 요구사항 등 현실에서는 게임보다 더 복잡한 패턴이 많다. 오히려이 게임의 정보 구조 자체는 모달창의 연속 형태로, 웹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페이지들보다 간략한 편이다.

도허티 임계값 (Doherty Thresh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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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반응 속도가 400ms 이내이면 사용자는 몰입할 수 있다. 유튜브가 영상 썸네일에 마우스를 올리면 즉시 프리뷰를 재생하는 것이 이 법칙을 활용한 예다.

이 게임의 반응 속도는 완벽하다. 버튼 클릭은 즉시 반응하고, 미니게임은 지연 없이 로드되며, 팝업은 순식간에 나타난다. 기술적으로는 도허티 임계값을 완벽히 준수한다. 문제는 이 빠른 반응성이 사용자를 돕는 게 아니라 방해하는 데 사용된다는 점이다. 타임아웃 오류 화면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입력이 없는 채로 일정 시간이 경과했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려면 이용약관에 동의해야 합니다’라고 알려준다. 사용자가 고민하는 동안 시간은 흐르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즉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빠른 반응을 요구하면서,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제3조의 팝업 폭탄에서 수십 개의 버튼이 화면을 뒤덮을 때, 이 팝업들은 지연 없이 즉시 나타난다. 사용자가 방어할 틈도 없이, 400ms 이내에 화면이 버튼으로 가득 찬다. 제2조의 두더지 게임에서 사용자가 ‘동의한다’ 버튼을 찾아 클릭하는 순간, 버튼은 즉시 다른 위치로 이동한다. 지연이 전혀 없기 때문에 사용자는 버튼을 클릭했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빈 칸을 클릭한 것이다. 물리 엔진 게임에서 공은 실시간으로 날아가고, 자동차는 즉각 반응한다. 이 모든 빠른 반응은 사용자의 실수를 용서하지 않는다. 현실에서도 클릭 직전 위치가 바뀌는 광고 배너, 로딩 중 갑자기 레이아웃이 바뀌는 CLS, 너무 빠른 자동 새로고침은 속도를 잘못 사용한 예다.

폰 레스토프 효과 (Von Restorff 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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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으로 두드러지는 항목은 더 잘 기억된다. CTA 버튼이나 경고 메시지는 디자인적으로 눈에 띄게 만들어야 한다.

제2조의 슬롯머신 게임은 폰 레스토프 효과를 교묘하게 역이용한다. 세 개의 릴이 있고, 각 릴에는 초록색 ‘동의한다’와 분홍색 ‘동의안함’ 버튼이 번갈아 나타난다. 사용자의 눈은 자연스럽게 초록색 버튼으로 간다. 초록색은 ‘긍정’, ‘진행’, ‘확인’을 의미하도록 학습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세 릴 모두 초록색 ‘동의한다’를 맞춰야 하는데, 이는 순전히 운에 달려있다. 눈에 띄는 것(초록색)이 정답이긴 하지만, 그것을 얻을 수 없다. 시각적 강조가 오히려 사용자의 좌절을 키운다. 하단의 세 개 ‘Stop’ 버튼도 모두 동일하게 보여, 어떤 것을 먼저 눌러야 할지 시각적 단서가 없다.

접근성 법칙 (Aesthetic-Usability 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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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인터페이스는 더 쉽게 사용 가능한 것처럼 느껴진다. 완성도 높은 시각적 스타일은 사용자의 신뢰와 만족도를 향상시킨다. 제1조 화면부터 Windows XP의 루나 테마가 완벽하게 재현되었다. 파란색 그라데이션 타이틀바, 둥근 모서리의 버튼, 부드러운 그림자 효과, 시스템 폰트까지 모두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용자의 자세에 대하여’라는 약관 텍스트도 깔끔하게 정렬되어 있고, 하단의 ‘동의안함’(분홍색)과 ‘동의한다’(초록색) 버튼도 명확하게 구분된다.

빛이 바랜 분홍, 초록 버튼과 아웃라인 처리된 영역들은 일본틱한 디자인을 연상시킨다.

폐쇄성 법칙 (Law of Closure)

사람은 불완전한 형태도 완전한 형태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다. 최소한의 선과 형태로도 UI 구성 요소를 유추 가능하게 설계할 수 있다. 아이콘에서 일부 선이 생략되었더라도, 사용자는 이를 버튼, 카드, 체크박스 등으로 직관적으로 인식한다.

제5조의 가로 캐러셀 버튼은 폐쇄성 법칙을 교묘하게 악용한다. 화면 하단에는 ‘동의한다’(초록색)와 ‘동의안함’(분홍색) 버튼들이 가로로 나열되어 있는데, 좌우 끝의 버튼들은 절반만 보이고 나머지는 화면 밖으로 잘려있다. 왼쪽 끝에 초록색 ‘동의한다’가 반쯤 보이고, 그 다음 분홍색 ‘동의안함’, 또 다른 분홍색 ‘동의안함’, 그리고 우측 끝에 또 다른 ‘동의…’ 버튼이 반쯤 잘려 있다. 인간의 뇌는 이 잘린 형태를 자동으로 완성한다. ‘아, 좌우로 더 많은 버튼이 있구나. 스크롤하면 나머지가 보이겠지.’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양옆으로 스크롤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잘린 버튼들의 연속으로 ‘동의한다’ 버튼이 더 등장할 거라 예측한다. 폐쇄성 법칙에 따라 불완전한 시각 정보(반쯤 잘린 버튼)를 완전한 패턴(계속 이어지는 버튼 목록)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결론

역설적으로, 바로 이 극단적인 풍자 덕분에 우리는 좋은 UX가 무엇인지 명확히 배울 수 있다. 첫째, UX 법칙은 양날의 검이다. 같은 법칙도 선한 목적과 악한 목적으로 모두 사용 가능하다. 둘째, 다크 패턴은 현실에 존재한다. 이 게임이 보여준 극단적 사례들은 실제 서비스에서 미묘한 형태로 나타난다. 셋째, 디자이너는 윤리적 책임이 있다. 사용자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다음번에 ‘이용약관에 동의하시겠습니까?’ 팝업을 보게 되면, 이 게임이 떠오를 것이다. ‘동의함’ 버튼은 충분히 큰가? 쉽게 찾을 수 있는가? 실수로 ‘동의안함’을 누르게 만들려는 의도는 없는가? 이 게임이 극단적으로 보여준 모든 것들이, 실제로는 우리 주변에 미묘한 형태로 존재한다.

저작권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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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문서에 사용된 게임 스크린샷은 교육 및 UX/UI 분석 목적으로 게임 ‘이용약관에 동의하고 싶어(利用規約に同意したい / Agreeee)‘에서 발췌하였습니다.

게임 저작권: © 2025 All rights reserved by the original game developer Steam: https://store.steampowered.com/app/3757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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